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여기저기서 호평을 봐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 실망이었다.
전반적으로 아직 다듬어지지 않았다는 느낌. 이게 데뷔작인걸까?
일단 주요 캐릭터들이 너무 전형적이었다.
마음이 여린 귀족가 도련님, 자존심 세고 안하무인인 천재, 말주변이 좋은 호남 기타 등등
만화나 라노베에서 보아온 캐릭터들을 타입별로 데려온 뒤 박제해둔 것 같았다.
클리셰가 매력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건 뭐-_-; 손톱만큼의 의외스러움도 찾아볼 수가 없으니
예상을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 대사나 리액션을 보면서 나의 손발은 오글오글 말렸다.
음악 천재라는 닳고 닳은 소재이니만큼 그 캐릭터나 주변인물들을 설정하는데 있어서 한계가 있었으리라는 점은 이해가 되지만...
그래도 바옐과 고요의 관계가 발전하면서 이야기는 꽤나 흥미진진하게 전개되었다.
하지만, 의문의 연쇄살인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밀도를 높여놓은 스토리의 초점이 다시 흐려졌다.
케이저라는 경찰 역할 캐릭터까지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뜬금없이 추리물의 색채를 띠기 시작한다.
몇 분 전까지도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살이 썩어들어 간 채 쓰러져 죽는다.
사람이 했다고는 생각하기 힘든, 공포스럽다 못해 오컬트스럽기까지한 살인 방식인데
마법사나 좀비가 있는 세계관도 아니면서 이 동네 사람들은 패닉도 없이 어떻게 이렇게 태연하게 받아들이는 건지;
바옐이나 고요 등등 주변인들을 의심하기 전에 어떤 경위로 이렇게 죽는 건지 부검이라도 해봐야 하는 거 아닌가?
논리적인 경과 없이 무조건 범인을 추리하는 과정을 집어넣으려다보니 작위적인 전개가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느닷없이 군중이 미쳐 날뛰며 바옐에게 진혼곡을 요구하는 장면 역시 비슷한 이유에서 위화감이 있었다.
장면을 먼저 생각해놓고 이야기에 우겨넣은 느낌.
후반의 갑툭튀 반전은 그저 허탈한 웃음만...ㅎㅎㅎ
계속 들던 생각은 왜 장르가 바뀜요?
익세나 나무, 예언가, 악마 등 전설에 대한 진실을 반전으로 써먹고 싶었다면 앞에 좀 밑밥을 깔아 놓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익세에 대한 설명은 초반에 가볍게 짚고 넘어간 것이 다면서 갑자기 최종보스로 등장시키다니 무게가 부족했다...
키욜 백작이 마술사고 예언가인 키세가 그 반려여야 했다, 키세가 그걸 거부해서 제물이 된 거다,
그럼 앞에서 더 설명을 해줬어야 독자가 이해를 하지! 소설 내에서 두 사람은 전혀 접점이 없었는데 막판에 와서 보스가 주절주절 이러쿵저러쿵 설명해주는 것으로 반전을 만들려 하면 곤란하다-_-;
하다못해 앞의 이야기에서 얼음나무 숲의 비중만 좀 더 명확히 했어도 훨씬 나았을 것 같다.
그랬더라면 세계관에 성공적으로 미스테리스러운 색체를 불어넣으면서 반전 파트와의 괴리감도 훨씬 줄어들었을 것 같은데.
키세는 가여울 따름이다... 이 소설에 왜 등장했나?ㅠㅠㅠㅠ 트리스탄의 허무한 최후도 유감.
그리고 이건 내가 덕후라서 민감하게 느끼는 건지 모르겠지만...
작품에서 가끔씩 풍기는 동인 느낌 때문에 거북했다.
열폭하는 바옐이 외치기를, '내가 가진 것으로 갚아야 했어. 밤마다.....'
;;; 내가 잘못 이해한 것이 아닌가 해서 읽고 또 읽었다.
고요의 음악에서 느껴진다는 순수라는 것이 고작 그런 뜻이었나? 성경험이 없어서?; 이 대목은 없는게 훨씬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바옐이 고요에게 동요 <우리 집 강아지>가 어울린다고 말하는 것도.
많은 페이지를 사용해서 진지하게 묘사한 두 사람의 관계 묘사를 작가 스스로 허물어버리는 느낌이었다.
이런 표현은 팬덤에서나 나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맞다 사소하지만 "에 어째서?" 하는 식으로 되묻는 고요의 말투도 신경쓰였다.
'에?' 이거 대표적인 일본어체로 지적되지 않나?
요약
아마데우스+셜록 홈즈+전민희 판타지를 어색하게 접붙여놓은 느낌이었다.
한 가지 줄기에 집중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덧글
작가님은 남자들의 우정을 그리려 노력하신 모양이지만...
아무리 봐도 우정치고는 좀 그렇죠.
읽기 시작한지 얼마 안된책인데 스포일러가!!!
p.s 리플따라 와봤습니다 ㅎㅎ